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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소심쟁이 강아지 '파카'(6개월령)와의 일상기록
#1. 어쩌면 기본보다 중요한 기분(!)
강형욱 훈련사님이 계신 보듬컴퍼니의 온라인 퍼피클래스, 그리고 설채현 선생님이 계신 놀로스퀘어 오프라인 퍼피클래스를 들으면서 내 나름대로 이런 저런 내용들을 보면서 정리하게 된 개념은, 강아지에게 (사실 사람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행동을 자주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야한다는 사실이었다. 동시에 어떤 행동을 하게 한다는 것은 그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사람이나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은 아주 어렵고, 그 행동 대신 다른 행동을 하도록 해야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담배 중독을 끊으려면 그보다는 나은 사탕이나 게임 등에 중독이 되었다가, 점차 더 그보다 중독성이 낮고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예를 들어 파카의 경우, 최근 2주 정도동안 현관 밖에서 나는 소리에 민감해져서 짖거나 으르렁거리며 경계를 하는 일들이 잦아졌는데 특히 새벽이나 저녁에 짖게 되면 주변에 피해가 되다보니 나도 예민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짖는 걸 막으려는 시도들을 하게 되더라. 그런데 파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밖에 있는 무언가가 자신을 해할까 무섭고 두려워서 짖는 것일텐데, 그 '짖는 행위'를 무작정 혼내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어떤 '짖음'은 혼을 내야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파카가 밖에서 나는 소리를 조금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내가 택한 방식은(기본적으로 퍼피클래스에서 배운 방법이기도 하고) 밖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파카가 좋아하는 간식을 주는 것이었다.짖기 전에, 경계를 보이려는 순간 그게 불가능하면 짖고나서라도 ‘방석' 또는 '하우스(케이지)’로 가게 한 다음 간식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결과는? 2주가 채 되지도 않았는데 밖의 소리에 대한 경계가 확 낮아진걸 체감하는 중. 짖더라도 아주 낮고 작은 소리로 '월'하고 짖는데 그때마다 내가 파카가 짖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서 괜찮은 걸 보여주면 (요건 강형욱 훈련사님의 유튜브 참고) 실제로 금새 안심하는 것 같이 보였다. 그리고 어지간한 문 밖의 소음에는 이제 신경을 안쓰기도 하고.
#2. 우리가 가진 단 하나의 무기, "간식"
사실 본질적으로는 동일한 방식으로 파카는 이미 정말 많이 달라졌다. 3개월을 갓 넘어 우리집에 온 후 내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사정없이 물어대던 행동도, 낯선 공간에서 겁을 먹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얼음이 되던 행동도, 산책할 때 낯선 사람에게, 혹은 차를 타고갈 때 큰 차를 보고 짖는 행동도 이제는 꽤 많이 줄었으니까. 물론 파카는 아직 낯선 강아지를 보면 겁이나서 짖고,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다가오면 또 무서워서 짖지만 그래도 내가 이름을 부르면 나에게 오고 앉으라고 하면 앉는다. 처음 파카를 입양하고는 밤마다 팔다리를 깨물거나 우다다하는 행동을 통제하지 못해 힘들었지만, 요즘은 파카가 조금 힘든 행동들을 해도 그때보다 훨씬 힘들지 않다.힘든 행동을 할 때 그것을 중단할 수 있는 방법을, 즉 그보다 더 옳은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이 모든 변화는 파카가 좋아하는 최애간식을
찾으면서 시작되었다.

놀로스퀘어에서 퍼피클래스를 들으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 중 하나는 파카가 정말 좋아하는 간식을 찾은 것이었다. 처음에 파카는 그 새로운 공간이 낯설고 무서워서 아무 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공간을 편안하게 여기는 것부터 시작해야했는데 그 교육에 있어 '간식'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파카는 먹성이 좋은 편이어서, 집에서는 기본적인 교육을 할 때 사료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새로운 공간에서 '사료'는 (집에서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 사료는 커녕 왠만한 간식들도 마찬가지였고 말이다. 집에서는 뭘 줘도 허겁지겁 먹었던 파카가 그 맛있는 것들을 먹지 않았다. 낯설고 무서운 공간에서 낯선 사람이 주는 것이었기에 쉽게 입이 들어가지 않는 모양.(경계가 심한 편이다..)
그래서 우리의 첫 미션은 그곳에서 파카가 잘 먹는 간식을 찾는 것이었다. 훈련사님들이 각종 간식들을 꺼내어오셨고, 닭고기/소고기/황태 등 온갖 맛의 육포나 츄르들이 파카 앞에 놓여졌다. 온갖 간식들을 돌려가며 테스트한 결과 찾게 된 파카의 최애간식은 바로 '츄르'였다. 단호박&꿀 맛 추르(SLIM STICK), 그리고 닭고기맛 츄르(이나바츄르).
그 이후부터는 모든 교육이 한결 수월해졌다. 그 이후부터 나는일단 파카가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선 코앞에 츄르를 건넨다. 너무 무서워서 인지하지도 못한채 무의식적으로 츄르를 먹기도 하고, 무서워 짖으면서 먹기도 하지만 그게 반복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파카를 만날 수 있었다.
#3. 파카의 간식동냥기 (FEAT. 교육의 핵심은 반복)
퍼피클래스를 하면서 일주일에 한번씩 훈련사님들께 간식을 얻어먹었지만, 그럼에도 낯선 사람들에게 경계심이 줄지 않아 한동안 반복했던 산책루틴이 있다. 바로 '간식 동냥'. 아기티가 폴폴 나던 파카를 보고 귀여워하는 반응을 보이는 분들께, 잠시 파카에게 간식을 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파카는 하루에 너댓분의 낯선이들에게서 츄르를 얻어먹었다. (물론 엄밀히 츄르를 산 건 나였지만 말이다.) 가끔씩 거절을 당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열명 중 일곱 여덟분은 기꺼이 간식을 주셨다. 요즘에는 아예산책코스에 파카를 이뻐하는 카페 사장님 가게에서 커피를 먹는 것을 넣어버렸다. 거기에 가면 늘 파카는 따뜻한 반김과 간식을 얻어먹고 있다. 타고난 기질 자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계속해서 반복을 하다보면 점점 더 변화하지 않을까.
간식 다음으로 중요한 건 반복이라는 생각
여전히 파카는 낯선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싫어하고 만지려고 하는 것은 더더욱 싫어한다. 그럼에도 이제 파카는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손' 하면 앞발을 손에 올리는 개인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하기도 하게 되었다. 나의 최종목표는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져서 파카가 낯선 공간과 사람, 그리고 강아지를 무섭지 않고 어느 정도 편안하게 (=짖지 않고 평정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파카는 꽤나 소심하고 내향적인 강아지이므로, 아마도 처음 만난 사람이나 강아지에게 살갑게 행동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사실 파카가 낯선 존재들을 꼭 반겨야 할 이유도 없고 말이다. 내가 원하는 건 우선 파카 본인의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것, 그래서 파카가 어린아이나 파카처럼 소심한 강아지친구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그리고 파카를 처음 데려왔을 때는 '간식'이 그리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누군가 간식을 주기 시작하면 사료를 먹지 않을 수 있으니 사료만 주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그게 맞나 하는 생각도 했었고. 하지만 파카를 키우다보니, 파카의 기분에 내가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간식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간식으로 교육을 하다보니 내 손길이라던지(내 손길을 좋아하게되는 과정에도 간식이 꼭 필요했다), 내가 옆에 있어주는 것, 혹은 장난감 등이 파카의 기분을 좋게 하는 다른 요소로 작용을 하게 된 것 같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가장 본능적이고 강력한 건 간식이다.
혹시 파카처럼 소심쟁이에 겁쟁이인 강아지에게 사회화교육을 해야한다면, 그 친구 입맛에 가장 맞는 (=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줘도 먹는) 간식이, 그리고 그걸 활용한 반복교육이 좋은 답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적어도 파카에게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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