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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만연한 펫샵이라는 야만에 대해
어제였던가. 파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길가에 펫샵이 눈에 보이더라. 저녁이어서 내부에 조명을 켜둔 탓에 더 눈에 띄었던 것도 같다.
유리창 안에 진열된 강아지들,
순간 마음이 이상했다.
돌이켜보면 십수년 전, 학교 앞 펫샵에서 보이는 강아지들이 예뻐서 유리창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구경하기도 했고, 오년 전쯤 강아지 입양을 고민할 때는 몇 군데 펫샵을 들르며 강아지들을 살펴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때 그렇게 선망하며 바라보던 펫샵이 문득 기괴하게 느껴졌다.
하나의 생명을 마치 물건처럼. 아니 24시간 틀어놓은 광고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앞에 진열해둔채 대부분의 하루를 거기에서 보내도록 만들다니.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파카를 입양하기 위해 알아보고 준비하면서, 펫샵은 가장 먼저 제외했던 옵션이었고 여러 반려견 전문가분들이 우리나라의 펫샵 실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던 터라 펫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있었던 터였지만, 그럼에도 그 밤에 내 눈에 들어온 그 펫샵의 이미지는 유독 눈에 밟혔다. 아마도 '파카가 저기에 있었다면' 하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파카를 키워보니 강아지는 그 전에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보다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더라. 두려움, 기쁨, 호기심, 경계 등등. 실망할 줄도 알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참고 기다릴 줄도 알며, 무엇보다 나의 반응을 보며 소통할 수 있는 존재. 그렇게 선연하게 살아있는 존재를 광고물이자 상품으로 유리창 안에 진열해두다니. 이런 야만이 어디있느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아한다면서, 그런 환경에서 태어나게 만드는 것이 옳을까
펫샵이라는 곳 자체가 이미 새끼 강아지들에게 행복한 공간일리 만무하지만, 아마도 더 큰 문제는 아마도 그 앞단일 것이다. 펫샵에 오기 전에 강아지들이 태어난다는 그 강아지 공장 말이다.
강아지들이 많이 팔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더 많은 강아지를 생산하기 위해 약을 쓰기도 하고,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끊임없이 강아지를 만들기 위해 인간의 상황으로 대입하자면 거의 강간에 가까운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는 그곳. 많이 팔리는 품종의 강아지를 생산하기 위해서 슬개골이 아프건 성격이 나쁘건 상관없이 번식을 시킨다는 그곳.
우리가 강아지를 입양하는 이유는,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아지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말은 이 강아지가 행복해야 우리도 행복해진다는 뜻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정작 강아지의 행복에 대해서는 무심한 경우들을 만나게 된다. 지금 내 시점에서는 펫샵에서 강아지를 데려오는 일이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데려온 그 아이는 내가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치더라도, 펫샵에서 강아지를 구입함으로써 펫샵이 운영되는 방식에 내가 일조를 하게 되는 셈이니 말이다.
어느 프로그램을 보다가 네덜란드에서는 아니 유럽에서는 지금 우리나라의 펫샵같은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가정분양이나 브리더를 통한 분양을 한다는 뜻일 거다. 조금의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우리도 그렇게 될 것 같아서.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치킨도 좋아한다, 스스로의 아이러니
얼마전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이런 영상이 떴다. 미국인 것 같은데, 어느 가죽재킷을 입은 할머니가 차에서 치킨을 먹는 남자에게 뭐라고 하다가 도리어 그 가죽자켓 때문에 한방 먹는 장면.
그 쇼츠가 생각이 난 것은,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나 자신이 어쩌면 그 할머니와 같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다. 파카를 키우기 때문에 강아지의 행복을 바라면서, 돼지고기와 소고기와 치킨을 좋아하는 나 자신 말이다. 그런가 하면 얼마전 우리집에 놀러온 지인이 남긴 말도 떠오른다. 자연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다른 것보다도 인간이 사라져야한다고. 약간의 자조와 농담을 섞어 조금 더 강한 워딩으로 이야기했던 듯도 하다.
그래. 사실 나는 모순적이다. 어쩌면 인간이 그렇다. 하지만 그런들 어떤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옳은 방식대로 살아갈 밖에. 나는 파카가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만큼 파카도 행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만큼 딱 그만큼 강아지들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적어도 강아지를 좋아한다면서 하는 행동들이 강아지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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